자연주의, 기능주의 오류(自)

우리 주변에서 목격되는 오류 혹은 우리가 저지르는 오류들의 대부분은
과학적 사고 방식의 부족에서 비롯됩니다. 그러나 과학적 사고가 너무
과하여 오히려 과학적 사고의 기본 취지를 훼손하는 오류도 존재합니다.
그러한 오류들 중 대표적인 게 자연주의의 오류와 기능주의의 오류입니다.

자연주의의 오류란 과학에서 발견된 사실을 인간이 지켜야 할 규범이라
규정짓는 오류를 말합니다. 가령 생물들이 세포분열이나 교미를 통해 종족
을 증식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모든 생물은 종족 유지
본능이 있으므로 우리 인간은 일정 연령이 되면 결혼을 하여 자녀를 낳아야
한다고 결론 짓는다든지, 여성의 신체구조가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여성의 임무는 출산이라고 주장하는 것 등이 자연주의 오류의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자연주의의 오류는 자연적으로 있어왔던 사실들은 '옳은' 것이라는 믿음
이 그 저변에 깔려 있습니다. 이러한 자연주의는 어떤 사회에 이미 존재하는
관행이나 규범을 객관적인 법칙인 것인냥 정당화시켜 사회의 모순을 은폐시
켜 사회의 진보를 방해하는 부작용을 야기합니다.

자연주의와 더불어 맹목적인 과학 신봉이 일으키는 대표적 오류 중 하나인
기능주의의 오류란 어떤 현상의 기능을 원인으로 혼동하는데서 비롯되는
오류를 일컫습니다. 이 오류는 'A의 원인은 B를 하기 위함이다'라는 진술로
흔히 나타납니다. 가령 '새에게 깃털이 있는 것은 새가 날기 위해서이다'라
는 진술에서 깃털의 존재원인을 새가 날도록 하는 기능이라고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현상의 원인과 기능은 서로 다른 개념입니다. 새가
날도록 하는 기능 때문에 새에게 깃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새에게 깃털이
있기 때문에 새가 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기능은 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결과인 것입니다.

이런 견지에서 우리가 성욕을 느끼는 것은 종족유지를 하려 하기 때문이라
는 진술 또한 기능을 원인으로 결론 짓는 기능주의의 오류에 해당합니다.
종족 유지의 목적 때문에 성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성욕을 느끼기에 교미
를 하고 종족을 유지하는 결과를 이루게 됩니다. 이러한 기능주의는 사회에
이미 존재하는 관행이나 규범을 기능의 결과라고 주장하여 사회 현상의 인
과에 관한 우리의 인식을 왜곡시켜 사회의 진보를 방해하는 부작용을 야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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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좌파논객 | 2008/05/30 23:58 | 기타학술 | 트랙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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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Alan's Blog at 2008/05/31 14:02

제목 : 기능주의 오류에 대해
"진보경제연구원(Progressive Institute of Economics)" 블로그에서 "자연주의, 기능주의 오류(自)"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이 중 기능주의 오류를 설명하는 부분에 오해의 소지가 있을 같습니다. 기능주의 오류 자체에 대한 반론은 아니고, 예시가 부적절한 것 같아서 첨언을 합니다. 기능주의의 오류란 어떤 현상의 기능을 원인으로 혼동하는데서 비롯되는 오류를 일컫습니다. 이 오류는 'A의 원인은 B를 하기 위함이다'라는 진술로......more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8/08/20 16:05
사회과학이나 윤리학에서는 자연주의의 오류를 가장 혐오한 사람은 칸트죠. 그런데 자연주의 오류를 계속 거부하다보면 자칫 공허한 개념의 형이상학에 빠지게 됩니다. 반면 기능주의 오류... 사실은 보다 포괄적으로 목적론적 오류라고 보는게 보다 철학적이라 보입니다만, 사회학자들이 잘 빠져듭니다. 마르크스도 여기에서 벗어나려 몸부림 쳤고, 많은 좌파 이론가들이 여기 함몰되었습니다. 즉 사회는, 역사는 어떤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는, 그래서 현재 일어나는 일, 행하는 일들은 그 목적에 비추어 정당화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 이는 엥겔스가 진화론을 목적론적으로오독하면서 소비에트의 유치찬란한 역사단계설로 나아가게 되었지만.... 정작 다윈의 진화론이 주는 메세지는 목적론이 아니라 "우연"의 강조였습니다. 즉 인간을 향해 생물들이 진화해 온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재는 복잡한 진화과정 결과 우연적으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피터 싱어 같은 진보적인 학자는 어떤 목적과 사회상을 미리 설정한 진보운동을 거부하고, 그 순간수간 나타나는 약자들에게 관심을 갖는 우연적 운동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걍 한 마디 해 봤습니다.
Commented by 좌파논객 at 2008/08/20 18:48
맑스와 엥겔스가 진화론에 감화를 받았겠지만
(당시 사상가치고 누군들 감화를 안 받았겠습니까마는)
그걸 그대로 응용했다곤 생각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그런 응용을 경멸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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